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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투쟁결의문_나는 권리를 포기하며 사는 것을 당연하게 여겼다 / 양준호 관리자202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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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1건 조회 405회 작성일 25-06-26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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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마이너(beminor@beminor.com)
2022. 05. 31.

2001년, 아침 뉴스에 장애인들이 서울 지하철 철로를 점거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철로를 점거한 장애인들로 인해 선량한 시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기자의 보도에 아침 등교를 준비하던 나는 ‘왜 장애인들이 저렇게 지하철을 멈추어 나와 같은 착한 장애인들이 욕을 먹게 하는지’ 속으로 욕을 하였다.

그러고 시간이 흘러 나는 성인이 되었다.  가족으로부터 조금씩 독립을 하던 나는,  지하철을 이용하게 되었다.

지하철 역사엔 장애인들의 이동을 편리하게 하기 위한 엘리베이터들이 설치되어 있었다. 

얼핏 과거에 보았던 뉴스 장면이 떠올랐다. 지금 내가 이용하고 있는 이 엘리베이터가 과거 그들이 외쳤던 갈망과 분노로 만들어진 엘리베이터라는 걸 알았을 땐 부끄러움과 미안한 마음이 엄습해왔다.

아무것도 알지 못하면서,  알려고도 하지 않았던 나는 당시 나보다 형이었을 것이고 누나였을 그들에게 비난만을 던지고 있었던 꼴이 되었다. 

생각해보면 형들과 누나들은 그랬을 것 같다. 당장 자신들이 처한 상황만을 외쳤던 것이 아니라 나와 같이 앞으로 살아갈,  장애인으로 태어난 어린 동생들이 더 나은 세상에서 살았으면 하는 마음으로…. 

돌아보니 나는 나의 권리를 포기한다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겼던 것 같다.  또한 우리 가족들조차 나로 인해 죄인의 삶을 살게 되었음에도 ‘그것이 부당하다’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다. 

어릴 적, 국민학교에 입학하려 했을 때 학교장은 나를 거부했다.  우리 부모님은 불쌍한 막내아들이 학교에 다닐 수 있도록 학교장에게 간곡하게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나는 차를 타고 40분이나 가야 하는 특수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승진 기회를 포기하셨다.  외지로 발령을 가야 승진 기회가 생기는데 나로 인해 그러지 못했다.  아침마다 아버지는 동료 직원들에게 사정하며 아침 출근 시간을 나의 등교 시간에 맞추었다.  나의 아버지는 결국 동료들이 승진하는 중에도 제자리에 계실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매일같이 나를 업고 버스를 타고 하교를 시켜줬다.  버스를 탈 때면 앉을 자리도 없을 때가 수두룩했다.  흔들거리는 버스에서 나를 떨어트리지 않으려 꼭 잡았다.  사람들과 부딪힐 때면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연달아 외쳤다.  또, 내가 동네에서 비장애인 친구와 싸울 때면 엄마는 나를 다그치며 그들의 부모에게 죄송하다고 말했다. 

나의 형은 장애가 있는 동생으로 인해 친구들과 싸울 때면 놀림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부모로부터 관심을 많이 받아야 할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나로 인해 그 관심을 온전히 받질 못했다. 

나의 친척들은 또 어떤가.  나로 인해 우리 가족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어려운 형편에도 불구하고 여러모로 도움을 주길 바빴다. 

장애아이가 한 가정에서 태어난다는 것,  그것은 장애아 한 명이 태어나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닌,  이 한 아이와 연결된 모두의 고통의 시작이다.  그게 내 유년 시절의 기억이다.

그때 만약 학교에서,  그 학교에서 입학을 허락했더라면, 그때 만약 활동지원서비스가 있었더라면, 그때 만약 저상버스가 있었더라면, 그때 만약 장애가족을 위한 지원들이 있었더라면.

지금 나는 머리를 깎는다.  과거 나의 서러움과 우리 가족들의 서러움을 깎아내리는 것으로 대신하고 싶다.  그리고 이것은 지난 2001년 내가 뉴스에서 보았던 형들과 누나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는 뒤늦은 결의이다.

댓글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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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관리자님의 댓글

최고관리자 작성일

pigj**** 2022.7.18
센터장님 인생의 깊이는 살아온 날들의 증거였네요~ 다음 세대를 위해 또다른 비전으로 미래를 꿈꾸는 민들레장애인자립생활센터를 응원합니다^^.
purp**** 2022.7.18
지체장애아동을 학교에 보내는 엄마입니다. 그것도 일반학급에요.. 아이를 학교에 보내보니 조금만 바뀌어도 사회는 변화할 수 있는걸 느낍니다.
처음엔 우리아이를 어려워했던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어울립니다. 좀 더 나은 사회를 바라며 센터장님을 응원합니다.

anti**** 2022.7.18
글을 읽으면서 눈물이 흘렀네요.
선배님들이 계셨기에 지금 이렇게 재활치료,장애인 편의 교통수단,학교생활을 누리며 살고 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과거에 비해 많이 좋아졌지만 현제도 하나를 위해선 다른 하나를 포기하며 진학을 해야하고 비장애인분들께 폐가되 않게 하기위해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하는게 현실입니다.
내가 인권침해를 받는지도 모르고 상황을 대처했는데 지나고 나니 엄청난 인권침해를 받고 있는게 현실입니다.

선배님분들께서 먼저 가신길을 저희들도 언젠가는 따르고 싶습니다. 미래를 위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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